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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l risk, 드문 사건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전략은 매일 손실을 내는 전략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작은 수익을 꾸준히 보여주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별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다가, 드문 충격 한 번에 그동안의 수익을 모두 잃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험을 tail risk, 우리말로는 꼬리위험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발생 시점을 맞히기 어려운 사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평균 뒤에 숨은 큰 손실

Tail risk는 확률분포의 양쪽 끝, 즉 꼬리 부분에서 발생하는 극단적인 결과를 말합니다. 투자에서는 보통 큰 손실이 발생하는 왼쪽 꼬리를 중요하게 봅니다.

표준정규분포의 양쪽 꼬리와 왼쪽 손실 꼬리를 강조한 Tail risk 도표

표준정규분포로 단순화한 그림입니다. 실제 금융시장 수익률은 정규분포보다 꼬리가 두꺼울 수 있어 극단적인 변화가 더 자주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자주 관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관측 기간이 짧으면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평균수익만 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달 1%를 벌다가 어느 날 50%를 잃는 전략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평상시 기록은 매우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큰 손실 한 번이 이전 성과를 지워버립니다. 흔히 이런 구조를 “증기롤러 앞에서 동전을 줍는 일”에 비유합니다.

평균이 괜찮다는 사실과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은 서로 다릅니다.

드문 충격보다 취약한 구조가 문제입니다

큰 사건 자체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작은 충격을 파국으로 키우는 구조는 미리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융시스템의 주요 취약 요인으로 레버리지, 만기와 유동성의 불일치, 상호연결성, 복잡성 등을 꼽습니다. 충격은 막기 어렵더라도 충격을 증폭하는 취약성은 줄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Federal Reserve, Financial Stability Monitoring)

개인 투자에서도 비슷합니다.

  •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레버리지
  • 한 종목이나 한 전략에 대한 지나친 집중
  • 손실의 상한을 알기 어려운 계약
  • 필요할 때 팔기 어려운 자산
  • 하나가 무너지면 함께 흔들리는 자산들의 숨은 상관관계

이런 조건이 겹치면 작은 가격 변화도 강제청산이나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마진 거래에서는 가격이 불리하게 움직일 경우 원금을 전부 잃고도 추가 손실을 부담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레버리지는 수익만이 아니라 손실도 확대합니다. (Investor.gov, Leveraged Investing Strategies)

Black swan과 같은 말일까?

Tail risk와 Black swan은 자주 함께 언급되지만 완전히 같은 뜻은 아닙니다.

Black swan은 기존 경험과 설명 체계로 포착하기 어려운 사건에 초점을 둡니다. 반면 tail risk는 확률분포의 극단에서 매우 큰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모든 꼬리위험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인 것은 아닙니다.

위험 신호가 있었지만 모델의 가정이 너무 단순했거나,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던 상관관계를 무시했거나, 충분한 자료가 없는데도 확률을 지나치게 정밀하게 계산한 경우도 있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의 거시경제 꼬리위험 연구도 평균 전망만 보는 대신 성장률 전망분포의 낮은 분위수, 즉 좋지 않은 결과가 몰린 왼쪽 꼬리를 따로 살펴봅니다. 중심 전망이 같더라도 하방 위험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Federal Reserve, Assessing Macroeconomic Tail Risk)

확률을 맞히는 것보다 생존이 먼저입니다

꼬리위험 관리의 목표는 다음 위기의 날짜를 맞히는 일이 아닙니다.

예측이 틀려도 계속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출을 조절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대수익과 별도로 몇 가지 조건을 정해야 합니다.

감당할 수 있는 손실부터 정합니다

수익률 목표보다 먼저 최대 손실을 생각해야 합니다.

가격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을 때 생활자금이나 사업 운영자금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그 투자는 숫자로 계산한 기대수익과 관계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선택일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와 집중을 제한합니다

분산투자가 모든 손실을 막아주지는 않습니다. 위기에는 평소 다른 움직임을 보이던 자산도 함께 하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의 실패가 전체 자산을 끝내는 구조는 피할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와 집중도를 낮추는 이유는 변동성을 보기 좋게 만드는 데 있지 않고, 회복할 기회를 남기는 데 있습니다.

여유자원을 비용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현금, 예비자금, 대체 공급처와 중복 설비는 평상시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충격이 발생하면 이 여유가 급한 매도와 연쇄 실패를 막아줍니다. 평소의 효율을 조금 포기하고 위기 이후의 선택권을 사는 셈입니다.

확률보다 취약성을 먼저 봅니다

“이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몇 퍼센트인가?”라는 질문에 정확히 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질문을 바꿔볼 수 있습니다.

“그 일이 생기면 어디에서 가장 먼저 문제가 발생하는가?”, “손실의 상한은 얼마인가?”, “복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는 확률을 몰라도 어느 정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 전에 확인할 질문

Tail risk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대신 다음 질문으로 취약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 평상시의 작은 성공이 어떤 큰 손실을 가리고 있는가?
  2. 최악의 손실이 발생해도 계속 투자하거나 운영할 수 있는가?
  3. 계산한 확률은 충분한 자료에서 나온 것인가?
  4. 레버리지와 집중이 충격을 얼마나 키우는가?
  5. 하나의 실패가 전체로 번지는 연결고리는 어디에 있는가?
  6.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과 복구 수단이 있는가?
  7. 평균 전망뿐 아니라 좋지 않은 시나리오도 함께 검토했는가?

결국 꼬리위험에서 중요한 것은 드문 사건을 정확히 맞혔느냐가 아닙니다.

틀린 예측과 예상 밖의 충격을 만난 뒤에도 다시 선택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