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와 미군은 LSD를 왜 연구했을까?
Fentanyl, Inc (펜타닐: 기적의 진통제는 어쩌다 죽음의 마약이 되었나)라는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내용을 만났습니다. LSD를 CIA와 미군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했다는 내용입니다.
CIA와 LSD라는 단어가 함께 나오면,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기술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공식 기록을 따라가 보면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CIA와 미 육군은 모두 LSD를 국가안보 수단으로 검토했지만, 관심을 둔 대상과 쓰임새가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 글에서 확인하려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두 기관은 LSD로 무엇을 하려 했고, 실제로 어디까지 갔을까요?
CIA: 개인을 상대로 한 심문과 행동 교란
1953년에 승인된 MKULTRA는 비밀작전에서 인간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학·생물학 물질을 연구·개발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LSD는 그 안의 한 물질이었지, MKULTRA 전체가 LSD 하나나 단일한 “마인드컨트롤” 기술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 상원 MKULTRA 청문 기록)
CIA가 관심을 둔 것은 개인의 판단과 현실 인식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심문에서 저항을 약화할 수 있는지, 혼란이나 기억 변화가 생기는지, 최면이나 암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 등을 탐색했습니다.
기록에는 심문 외에도 표적을 괴롭히거나, 신뢰를 훼손하거나, 일시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함께 등장합니다. 소련과 중국의 세뇌·심문 기술에 대응한다는 방어적 명분도 있었지만, CIA 자신의 행동조작 능력을 찾으려는 성격도 분명했습니다.
다만 목표와 성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남아 있는 공식 기록은 LSD가 믿을 만한 진실약이나, 원하는 행동을 정밀하게 만들어 내는 기술로 완성됐다는 근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미 육군: 부대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가
미 육군의 질문은 조금 달랐습니다. 환각성 물질이 병사 한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휘·판단·협동을 무너뜨려 부대 전체의 임무 수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Edgewood Arsenal에서는 개인에게 나타나는 효과를 조사했습니다. 그 뒤 Fort Bragg에서는 1958년, Fort Benning에서는 1960년에 LSD가 부대에 조직적 혼란과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지 현장시험했습니다.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이 시험의 참가자는 자원자였고 의료진이 상태를 관찰했습니다. (미 국방부 Cold War 자료)
여기서 육군의 연구를 공격용 무기 개발로만 읽는 것도 부족합니다. Edgewood의 공식 연구 목적에는 화학물질 노출이 건강과 신체·정신적 수행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치료법과 개인보호장비의 효과를 평가하는 일도 포함됐습니다. 즉 적의 화학무기에 대비한 방어와 치료라는 목적이 함께 있었습니다. (Edgewood Arsenal Chemical Agent Exposure Studies)
심문이라는 겹치는 지점
그렇다고 CIA는 개인, 육군은 전장이라고 깔끔하게 나눌 수는 없습니다.
육군 정보부의 EA 1729는 LSD가 정보·방첩 심문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평가했습니다. THIRD CHANCE와 DERBY HAT에서는 동의하지 않은 대상자에게 LSD를 투여한 뒤 심문한 사례가 기록돼 있습니다.
1963년 평가의 결론은 오히려 이 물질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두 현장시험은 방첩 심문의 실용적 보조수단으로 쓰려면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고 봤고, 이후 추가 현장시험은 중단됐습니다. 같은 기록은 약물을 통해 얻은 정보가 신뢰하기 어렵고 유효하지 않다는 점도 언급합니다. (미 상원 MKULTRA 청문 기록)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말을 하게 만드는 일과, 정확한 정보를 얻게 되는 일은 다릅니다. 이 차이가 LSD를 심문 도구로 보려 했던 시도의 가장 중요한 한계였던 것 같습니다.
목적은 겹쳤고, 윤리 문제는 더 선명합니다
정리하면 CIA는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은밀한 공작, 심문, 행동 교란에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미 육군은 병사와 부대의 전투 수행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지, 그리고 화학물질 노출에 어떻게 방어하고 치료할지를 더 많이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심문과 적국의 화학·심리전 능력에 대응한다는 지점에서는 두 영역이 겹쳤습니다.
또 하나 놓치기 어려운 점은 동의입니다. Fort Bragg와 Fort Benning의 부대시험은 국방부 기록상 자원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반면 CIA의 미국 내 비동의 투약과 해외 작전, 육군의 THIRD CHANCE·DERBY HAT에는 동의하지 않은 사람이 포함됐습니다. 모든 시험을 같은 조건으로 묶어서는 안 되지만, 국가안보라는 목적이 개인의 동의와 안전을 얼마나 쉽게 밀어냈는지는 분명히 봐야 합니다.
LSD 연구의 역사는 “통제”라는 말이 실제 능력보다 훨씬 앞서갈 수 있다는 사례로 남았습니다.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경계도 크게 훼손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