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을 몰아냈지만, 더 심각해진 에스토니아
뉴욕타임스의 The New Drug War 시리즈에 에스토니아의 합성 오피오이드 문제가 소개되었습니다.
에스토니아는 15년에 걸친 노력으로 펜타닐 과다복용 사망을 70% 이상 줄였습니다. 이 정도면 전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할 만합니다.
그런데 펜타닐이 사라진 자리를 더 낯설고 위험한 합성 오피오이드가 채웠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세계 최초의 펜타닐 위기
소련이 붕괴한 뒤 에스토니아에서는 광산과 산업이 무너지고 실업과 약물 문제가 함께 커졌습니다.
여기에 2000년 탈레반의 양귀비 재배 금지로 헤로인 공급까지 줄었습니다. 핀란드는 덜 위험한 대체 약물을 공급했지만, 에스토니아의 빈자리는 펜타닐이 차지했습니다.
2002년부터 과다복용 사망이 급증했고, 에스토니아는 많은 전문가가 세계 최초의 펜타닐 위기라고 부르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운반하기 쉽고, 저렴하며, 판매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남겼습니다. 사용자의 내성이 높아지면서 헤로인으로 돌아가기도 어려워졌습니다.
한 번 합성 오피오이드 중심으로 바뀐 시장은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았습니다.
15년 만에 거둔 성과
에스토니아 정부는 2003년부터 법을 정비하고 조직범죄를 추적했습니다. 비밀 실험실을 찾아내고, 법과학 역량을 강화하고, 약물 사용자를 위한 지원도 늘렸습니다.
2008년에는 펜타닐 전담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수사는 소규모 판매자가 아니라 공급망과 조직범죄를 향했습니다.
2017년에는 주요 밀수 조직이 무너졌고, 이듬해 펜타닐 과다복용 사망이 70% 이상 감소했습니다. 2019년 무렵에는 합성 오피오이드를 거의 몰아냈다고 생각한 관리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판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펜타닐 다음에는 니타젠
2019년 4월, 에스토니아에서 유럽 최초로 니타젠 계열 물질이 발견되었습니다.
니타젠은 하나의 약물이 아니라 여러 유사 물질을 묶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종류에 따라 작용 강도가 크게 다르고, 성분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과다복용 위험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한 물질을 규제하면 화학 구조를 조금 바꾼 다른 물질이 등장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에스토니아에서는 12종이 넘는 니타젠 유사체가 확인되었고, 2022년 약물 관련 사망률은 다시 두 배로 늘었습니다.
법과 검사, 수사가 새로운 물질의 등장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이클로르핀의 등장
2024년부터는 사이클로르핀(cychlorphine)이라는 이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이클로르핀은 오르핀(orphine) 계열의 신종 합성 오피오이드입니다. 알려진 약리 자료가 매우 적어서 어느 정도로 강력한지조차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유럽연합 마약청(EUDA)은 2024년 6월부터 2026년 1월 사이 유럽연합 5개국에서 오르핀 노출이 확인된 비치명적 중독 5건과 사망 18건이 보고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 사이클로르핀과 관련된 사례였습니다.
UN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2026년 5월 공개한 자료에서는 사이클로르핀이 10개국에서 보고되었고, 압수 사례 182건과 치명적 과다복용 78건에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변화가 더 빨랐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2024년 검사에서는 보이지 않던 사이클로르핀 계열이 2025년에는 니타젠보다 더 많은 사망과 관련되었고, 2026년 4월까지 확인된 수가 이미 2025년 전체를 넘어섰습니다.
물론 검출 건수와 사망자 수는 검사 범위와 보고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 자료가 부족한 신종 물질인 만큼 숫자 하나만 보고 위험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공급을 막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에스토니아의 펜타닐 대응은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주요 공급망을 무너뜨렸고, 실제로 많은 사망을 줄였습니다.
문제는 시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물질로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 펜타닐 공급망을 없애자 니타젠이 등장했습니다.
- 니타젠을 규제하자 구조가 다른 오르핀 계열이 나타났습니다.
- 새로운 물질은 검사법과 규제가 마련되기 전부터 유통되었습니다.
공급 단속은 분명 필요합니다. 다만 합성 오피오이드 시장에서는 한 물질을 없애는 것만으로 문제가 끝나지 않습니다.
약물 검사, 조기경보, 과다복용 예방, 치료와 위해 감소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새로운 물질이 등장했을 때 피해를 조금이라도 빨리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에스토니아는 펜타닐과의 전쟁에서 한 번 이겼습니다.
하지만 합성 오피오이드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참고 자료
- Azam Ahmed, Meridith Kohut, The New Drug War: Estonia, The New York Times, 2026-07-07
- EUDA, New psychoactive substances – the current situation in Europe, 2026
- EUDA, Initial report on cychlorphine, 2026-06-09
- UNODC, The emerging threat of cychlorphine, 2026-05